오시마의 고백

'외설이란 것은 법관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며 국가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82년 3월 4일 제5회 공판/오시마 나기사의 변론 중에서-

72년 여름의 끝자락. 유럽에서 나를 최초로 인정해 준 영화인인 프랑스 제작자 아나토르 도만으로부터 의외의 제안을 받았다.

"프랑스와 일본이 합작한 포르노 영화를 만들어 봅시다. 제작비는 우리 쪽에서 대겠소. 작품의 내용과 제작 방식은 전부 오시마 감독이 알아서 하시오."

갑작스런 제안에 나는 당황했지만 일본으로 귀국해 바로 두편의 기획서를 도만에게 보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아베 사다' 이야기였다.

도만으로부터 즉시 '사다로 합시다.'라는 답장이 왔다. 그러나 무언가 불충분한 느낌에 나는 3년 동안 시간을 끌고 있었다.

75년, 프랑스는 포르노 전면 해금을 맞게 되고 도만의 재촉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때까지 일본에서는 성기나 성행위를 담은 영화의 제작, 현상, 편집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것은 자유로운 표현이 제약되면서 일본 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합작영화라는 것을 이용하여, 과감한 베드씬을 찍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촬영을 일본에서 한다 →현상이 안된 필름으로 세관을 통과해 프랑스로 보낸다 → 현상과 편집을 마치고 일본에 영화를 역수입한다.' 일본 세관 통과시 분명 필름이 잘리던가 모자이크 처리가 되겠지. 하지만 그 때는 당당히 맞서 싸우리라.

막상 제작 결정을 내리자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실제 정사를 해야하는 배우가 나서질 않았던 것이다. 고민하던 나를 보고 아내 아끼꼬가 살며시 말을 건네왔다.

"아무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면 제가 할께요."

나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 주고 남편 앞에서 베드씬을 하겠다는 아내의 용기에 나는 정말로 큰 감동을 받았다.

다행히도 아베 사다 역에는 많은 여배우가 지원을 했다. 마츠다 에이코라는 천재적인 신인을 얻었으나 문제는 남자 주인공. 기자회견 전날까지 정해지지 않았던 차에 홀연히 나타난 후지 타츠야. 연기의 흐름을 깨지 않고 섹스를 해 달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아 준, 그것도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유명 배우인 후지 타츠야. 그는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배우가 되었다.

<감각의 제국>은 나의 욕망과 의도를 충분히 드러낸 영화가 되었다. 그것은 스탭 모두가 개방된 자세로 혼연일체가 되어 <감각의 제국>은 비로소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감각의 제국>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국민의 도덕적 정서를 해치는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기소를 당해 현재 법정 투쟁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감각의 제국>이 온전하게 상영되는 그 날까지 나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79년/법정 투쟁을 진행하며-오시마 나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