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平洋戰爭 戰前 史 태평양전쟁 전전비사
▶Text 스티븐 히스

이 글은 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적 입장에 의거하여 오시마의 느닷없는 포르노그래피인
<감각의 제국>이 실은 영화가 시선을 선택하고 규정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 기능한다는 오시마의 이전의 신념으로부터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영화임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감각의 제국>에서 실제로 발가벗기워지는 것은
쇼트와 쇼트의 봉합의 틈새 사이에 숨어서 그 모든 것들을 욕망하는 시선으로 훔쳐보는 우리들이다.
고전 영화가 천의무봉한 스크린과 관객 사이를 펼쳐 보이고 그 드라마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그 영화적 시선 자체에 숨겨져 있는 외설성을 드러내는 영화,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에게서 완전히 ‘오해받은’ 오시마 나기사의 프로젝트 <감각의 제국>.

▶일화
1936년 2월 25일 밤에서 26일 새벽 사이, 눈 덮인 도쿄.
사이토 마코토 전 국무총리를 위해 미 대사관저에서 리셉션이 열린다.
조셉 G 그루 대사는 이날을 위해 넬슨 에디와 자넷 맥도날드가 주연한
반 다이크의 뮤지컬 <너티 마리에타>를 헐리우드에서 구해왔다.
사이토가 마음에 들어할 것인가? 그는 생전 처음 보는 이 토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보다 늦게, 호의에 크게 감사하며 돌아갔다.
이른 새벽, 그는 실패로 돌아간 반란의 와중 젊은 장교들에게 암살당한다.
군국주의가 팽창하던 1930년대 일본의 한 일화다

▶<낯선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드러냄과 생략의 컨벤션 하얗게 눈이 쌓인 도쿄를 배경으로 1936년의 어느 날,
일간지를 장식한 사건을 풀어가는 <감각의 제국>은 영화에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성과 정치, 그것의 영화화와 그 불가능함에 관한 것이다.
다음 글은 오시마 영화의 이 불가능함을 확인하고 작품 자체보다 더 중요한,
아니 어쩌면 작품의 의의 그 자체일지도 모르는 그것이 제기한 문제의 효과적 조건들을 규명하기 위해
영화적 관례(‘가상적 시니피에’)에 내포된 문제들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막스 오퓔스의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1948) 같은 영화를 보자.
<감각의 제국>은 어떤 의미에서(영화에 제기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장르 규범에 따른 전형적인 헐리우드 내러티브 영화인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의 중심축에 자리하는 것은 완전한 이미지,
보여지는 대상으로서의 섹슈얼리티이자 희구의 이미지다.
모델일을 하는 여인인 리사(조안 폰테인)는 또한 이상적인 여인(하나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숍에서 아름답게 치장하고 조명을 받으며 고객의,
나아가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시선 앞에 나선다.
남성은, 즉 영화 속 고객은 흠잡을 데 없는 육체의 완벽함, 여성적 아름다움의 이미지,
미의 동의어로서의 여성성에 반응한다.

욕망의 구체화이자 붙잡을 수 없는 ‘이미지’는 규율을 목표로 함과 동시에
규율이 목표로 하는 불균질을 내포한 영화의 ‘구조’를 반영한다.
여기서 섹슈얼리티는 시선에서 생략되었으면서 부재라는 형태를 빌려 계속 출몰하는
‘그 외부’를 상징한다. 첫번째 모델일을 하고 난 뒤 리사는 어렸을 때부터
말 없이 사랑하고 숭배해온 스테판(루이스 조르단)과 하룻밤을 보낸다.

두 사람이 키스를 하기 시작하면 화면은 암전되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물론 이는 무엇을 보여주면 안 되는가에 따른 영화적 컨벤션이다.
그러나 컨벤션이라고 해서 영화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니다.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무엇을 보여주면 안 되는가,
이미지와 시선의 결정 조건인 그것은 다른 것 못지않게 영화의 전개와 의미 구성에 기여한다.
암전, 이미지의 부재, 이는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의 순간적이며 근본적인 요소로,
생략이란 형태를 통해 수용과 이에 따른 죄악(리사는 보이는 이미지 ‘외부’에 사로잡혔고,
그것에 대한 대가처럼 그 하룻밤으로 그녀는 임신을 한다),
또는 거부와 이에 따른 무죄(보이지 않음은 리사를 순수하고, 온전하고, 여전히 완벽한 존재로 만든다.

그녀는 스테판에게 딸, 누이, 어머니이되 결코 성적 상대가 아니다.
그것은 암전의 목표이자 영화 속 컨벤션의 의미를 띤다)를 모두 담아낸다.
그리고 바로 직후, 영화는 다시 모델을 하는(그러나 이번에는 스테판을 위해) 리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시선의 드라마는 다시 시작된다. 스테판이 잃어버린 이미지의 드라마,
즉 리사가 편지에서 회고하듯 그가 기억하는 이미지이자 내러티브를 통해 관객의 기억을 종용하는, 관객의 시선의 드라마이다.

▶시선의 드라마
시선의 공간은 관객의 시선과 일관성을 갖는다.
전통적으로 내러티브 영화는 서로 합치고 연결되며 릴레이하는 시점 쇼트란 도구를 빌려 작동한다.
요컨대,
1) 카메라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본다.
2) 관객은 영화를 본다, 또는 관찰한다.
3) 영화 속 인물들은 다른 인물 혹은 사물을 본다.
이 연쇄는 순서가 바뀔 수 있다. 한편으로는 카메라가 보고,
관객이 카메라가 보는 것을 보고, 그럼으로써 영화 속 인물들이 (무언가를) 보는 것을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객이 무언가를 보는 인물을 보고, 인물이 카메라의 시선을 보고,
카메라가 그 시선을 본다. 첫번째와 두번째 시선은 우선함과 시원을 교대한다.
‘카메라의 봄(시선)’은 ‘카메라를 봄’으로써만 발견되지만,
전자는 동시에 후자의 조건이다.

이와 같은 시선의 연쇄는 숱하게 릴레이되는 동일시의 토대다.
첫번째와 두번째 시선의 교대는,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정교하고
엄격하게 통제됨으로써 이루어지는 관객의 카메라와의 동일시를 유도한다.
영화를 봄은 촬영된 이미지와 그 움직임, 이미지에 담긴 인간의 모습,
이미지 흐름을 통제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내러티브와 관객의 관계에 합류함을 뜻한다.
세번째 시선, 즉 인물들의 봄은 다양한 ‘시점’의 동일시를 가능케 한다.

시점 쇼트의 파워는 그것이 유발하고 통제하는 게임에 있다.
관객에 대한 통제를, 시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유동성이 창출된다.
장 콕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장-피에르 멜빌의 <무서운 아이들>(1950)에서
바쟁이 이본느 드 브레이의 쇼트에 얼마나 매료되었는지 생각해보라.
“이 쇼트의 대상은 그녀가 바라보는 물체도, 그녀의 시선도 아니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 쇼트는 그런 입장의 픽션화,
‘(무언가를) 보는 것을 본다’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그런 안정성의 달성을 위해 고안해낸 관례가
수많은 영화의 끝없는 관심의 대상, 흔히는 내러티브 자체가 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룻밤의 사랑이 있은 지 몇 년 후, 리사는 스테판을 『마술피리』 공연장에서 다시 만난다.

파파게노가 「A maiden or a woman」을 부르기 시작할 때,
스테판은 고개를 돌려 리사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그녀의 얼굴은 사라진 뒤다.
영화의 ‘조직화’를 보여주듯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극단적 클로즈업은 그녀를 찾는 절박한 시선을 보여준다.
동시에, 편지를 낭독하는 리사의 보이스오버가 깔린다.
“어딘가 당신의 시선이 있으며, 나는 그것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로비로 그녀를 쫓아간다. “당신을 어디서 본 적 있소, 틀림없어요.”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이렇게 봄과 앎, 스쳐가며 망각되고 또 기억된 이미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동시에 여성과 모성(리사는 언제나 스테판의 과거, 즉 그의 욕망의 시간 속에 있다),
여신(“그리스인들은 본 적 없는 신에게 신전을 바치고 언젠가 그들이 강림하기를 기다렸다.
내 경우 그것은 여신이었다.”)의 문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뒤틀린 시선의 드라마 혹은 폭로된 시점이라는 영화적 시스템
<감각의 제국>은 시선과 동일시의 도구를 생산하고 파괴한다.
바로 그 도구의 문제를 묘사함으로써 영화는 단지
‘시선’의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의 시선 관계와 그 관계의 조건(여성을 포함하는)의 표현 관계를 드러내는 드라마가 된다.
영화는 시종 드라마 내부의 시선의 교차와 조직화에 몰두한다.
크레딧 직후 나오는 맨 처음 쇼트는 누워서 멀리 허공을(즉 카메라와 관객을) 바라보는 사다(마츠다 에이코)의 클로즈업이다.
영화의 마지막 쇼트에서 카메라(그와 함께,
관객)의 위치는 갑자기 역전되어(그 마지막 씬에서 구축된 인물/공간 시스템 바깥으로 위치를 옮겨)
죽은 기치(후지 테츠야) 옆에 누워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다를 내려다본다.
두 사람의 몸은 기치의 잘린 성기에서 흘러나온 피로 젖어 있고,
오시마 자신의 내레이션이 그후의 정황(사다가 나흘간 도쿄를 방황하고,
사건이 시민들 사이에 기묘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과 날짜(1936년의 일이었다)를 알려준다.
오프닝에서 영화 속 인물로부터 비롯된 이미지 바깥을 향한 시선과
엔딩에서 갑자기 삽입된 시야의 거리와 음성의 틈새를 통해 영화의 성적 공간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그 시선이다.
내러티브는 사건이 아니라 그 규정을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성은 시선의 이미지 속에 포함되어 있지만
시선은 또한 이미지와 대립하며 이미지의 진실, 앎의 형식 밖에 있다(도구의 불연속, 시선의 일관성 파괴).
맨 처음 쇼트에서 사다는 화면 밖을 본다.

그것은 겉옷을 벗는 다른 여자로 장면 전환되었다가 다시 사다의 시선으로 전환된다.
그러고 나서 두번째 여자가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사다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두고 봐”라고 속삭인다.
그들이 눈 오는 안뜰을 건너가는 모습으로 다시 장면이 전환된다.
그들은 한 방 앞에 도착해 무릎을 꿇고 앉아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면 그들이 보는 대상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는(그러니까 카메라와 관객 쪽을 바라보는) 그들 모습으로 장면 전환이 된다.
이 쇼트는 그들이 기치와 아내를 들여다보는 동안 다섯 번이나 반복된다.
씬 자체보다 중시된 쇼트. 따라서 이런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는’
게임을 통해 영화 속에서 하나의 원칙이 수립된다. 성은 보여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폭로된다는 것이다. 기치와 사다가 사랑을 나눌 때 역시 시선은 다른 사람들 쪽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그 시선의 주체는 언제나 게이샤나 하녀들과 같은 여성이다.

<감각의 제국> 속에서 이 시선 질서는 관음증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내러티브 양식에 따라 인물의 시선(의 교환)이 내용 전달의 구실만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이 시선의 창출이 단순히 쇼트와 리버스 쇼트를 통해
하나의 3차원적 공간을 상상적으로 구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쇼트를 ‘시선’의 문제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너 마저도…” <교사형>(1968)에서 역시 오시마의 보이스오버로
갑자기 흘러나오는 이 마지막 대사는 <감각의 제국>의 질문을 잘 요약해준다.

당신은 영화 속에서 어디에 있는가?
영화에서 당신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는’ 게임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성은 보여지고, 그것을 훔쳐보는 것 역시 보여지며 훔쳐보는 자 또한 보여진다
(기치와 사다가 일본식 정원에서 사랑을 나누고 근처에는 하녀가 마당을 쓸고 있는 대목에서
그 실례를 발견할 수 있다. 사다가 기치 위에 앉으면 스크린은 그녀의 적색 기모노로 온통 뒤덮인다.
그 위로 “누가 보고 있어요”라는 사다의 대사가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서 영화의 관객은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순간 영화는 무엇인가?
시선과 동일시라는 영화적 도구는 화면과 그것을 보는 관객을 통제하는 관례다.
즉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에 의존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오시마 영화는 영화 밖에서 영화와 관계를 맺는 관객의 시선을 문제삼는다.
그에게 있어서 이것은 당연한 귀결이나 단순한 반영이 아닌 일종의 약정이다.

‘모든 것이 보여지는’ 영화인 <감각의 제국>은 ‘보는 자를 위한 시야’가 아니라
실은 보이지 않는 공간까지도 보이는 전체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드러내 보여주는 영화이다.
다시 말해 <감각의 제국>은 영화 속에서 ‘완전한’ 시야는 있을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경도되어 ‘봄(본다고 상상하는 것)’의 불가능함을 말하는 영화다.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님, 영화는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열한다.
문제는 시선과 시야의 주체로서 관객의 위치를 분할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두 번에 걸친 연인들의 방 바깥 쇼트다. 한쪽은 오랜 부재 끝에 돌아왔다.
칸막이 벽(나머지 경우는 텅 빈 복도) 너머로 색과 사람의 형태가 보인다. 에로틱한 서스펜스는 아니다. 모든 것은 충분히 보인다.
동시에, 보이는 것 이상의, 보아야 할 무언가,
아니 들어야 할 무언가가(기치가 사다와 관계를 맺을 때 중얼거리는 그 속삭임처럼),
혹은 있어야 할 색이(영화를 뒤덮는 붉은 색은 항상 보이는 것보다 더 자극적이며
객관적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살갗보다도 훨씬 매혹적이다) 더 있다.
반면 주체의 욕망이 시각적으로 재현된 형태인 환상이나 꿈 시퀀스에서 이미지는 완전해진다.
환상이란 마치 실제처럼 제시된, 욕망을 일관되게 조합한 완전 이미지이며
베노 자끄의 소고인 「음악가의 암살」에서 라깡이 지적했듯이
“환상은 개연성의 토대를 이룬다”.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같은 영화는 주체의 시야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내러티브 속에서 그 시야의 픽션, 즉 확립된 이미지 관계의 조건을 반영하는 시선이란 도구를 구성해내는,
그 토대를 보여주는 전형적 예다.

오시마 영화에서 ‘보이는 것’은 보는 자를 나누어 통합한다.
앞서 언급한 ‘프레임 밖을 향한 시선’은 여기서 나온다.
카메라-관객-인물의 릴레이 경로이자 ‘바라보는 것을 바라봄’의 안정성을 느슨하게 하는 제 4의 시선.
인물의 시선이 영화의 공간적 조직에 관여하게 되는 것도 여기서부터다.
이런 관점에서 ‘첫날밤’ 씬을 보자.
저녁 식사와 주연을 마친 기치와 사다는 그들 앞에 둘러앉은 게이샤들로부터 이제 합궁을 하라고 종용받는다.
이로부터 방을 가로질러 두 사람과 게이샤들을 왔다갔다하는 장면 전환의 연쇄가 시작된다.

화면 밖, 다시 말해 카메라 쪽을 보는 시선(이번엔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사다 위에 올라탄 기치의 시선,
그들을 바라보는 게이샤들의 시선)의 연쇄.
이는 두 사람의 성행위를 보고 흥분한 어린 게이샤에게 다른 게이샤들이 긴 꼬리 새 모양의 성구를 삽입하는 장면에서도 계속된다.
한편으로 이는 모든 것, 성애로 가득 찬 공간 양쪽이 하나의 전체로서 완전한 장면을 연출한다.
보여지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완전하게 채워지는 순간 균열하는 공간이며 전체의 분할이자 그에 따른 보

는 자의 시선 분할이며 성애와 쾌락의 순환과 나아가 상실을 통해 ‘보이는 것’ 속에서 생산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이다.
섹스플로이테이션의 한 가지 요소는 보여주는 것 외부에 존재하는 시선의 주체로서의 관객이다.
오시마의 경우 그것은 분할의 장면 전환, 언제나 다른 공간과 합쳐지는 공간의 개괄이다.
<감각의 제국>에는 같은 요소로 된,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의 오페라 재회에 상응하는
구조적, 주제적 의미를 가진 씬이 나온다.
후반부에 기치와 사다는 나이 먹은 게이샤 앞에서 사랑을 나눈다.
게이샤는 둘의 성적인 왕성함을 부러워한다.
사다는 그녀가 기치를 원하는 것 같다고 속삭인다. 기치는 게이샤를 어루만지고 곧 그녀 위로 올라가 사랑을 나눈다.
처음의 게이샤의 부러움과 기치와 사다의 속삭임은 두 사람의 방 안에서, 문쪽에 앉아 있는 게이샤를 향해 촬영되었다.

그러나 호의가 결정되자 카메라는 회전하여 방 밖 복도 끝에서,
문 앞에 주저앉아 나이 든 여인을 애무하는 기치의 모습을 잡는다.
그녀는 카메라를 외면하고 눕는다(방 안에 있는 사다는 오프스크린 상태).
이어지는 쇼트는 180도 회전하여 방 안에 있는 사다를 복도 쪽에서 열린 방 문을 통해 기치와 게이샤의 다리 사이로 잡는다.
기치와 게이샤의 성교는 사다와 게이샤의 얼굴,
그리고 사다와 이쪽의 두 엉킨 몸(첫날밤 씬에서 사다 위에 올라탄 그가 눈을 돌려 게이샤들을 보았듯이
기치가 시선을 돌려 카메라 쪽, 즉 사다를 보는)을 왔다갔다하는 10여 개의 쇼트로 진행된다.
사다의 입술을 보여주는 극단적 클로즈업에서 늙은 여인의 얼굴(눈은 감고 가발은 흐트러진)로 전환,
마침내 사다가 다리 사이로 보이던 처음 위치의 앵글로 돌아가는 클라이맥스까지. 씬은 불완전하다.
스테판의 과거의 여인의 이미지에서부터 각 이미지를 종결시키는 교환(두 여인, 기치, 부재,
그리고 시선의 반대편)까지. 이미지는 시종 영화 속의 시선의 문제(그리고 그 역사)를 드러낸다.
영화의 내러티브가 강조해온 보는 자/관객의 거울인
스테판의 ‘찾는 눈길’은 사다의 입술이 이미 분할에 동원된 시선의 전환의 균형을 깨뜨림과 동시에 대체된다.
오시마는 ‘영화 속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자’ 한다.

▶바라보는 시선에 내재한 음란성;
죽음과 성의 연계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걸고 오시마가 진정코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 묘사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확연하지 않고 지난하지만,
오시마 영화에서 우리는 여러 요소들이 그것이 달성,
유지하려는 질서로 조직하는 영화라는 도구에 내포된 문제들이 진지하게 표면화된 것을 발견한다.
이미지, 시선, 그들과 성의 관련하여 지금까지 바쟁의 ‘바라보는 것을 바라봄’이라는 공식이 여러 번 거론되었다.
그러나 바쟁은 또한 영화에 내포된 ‘바라보는 시선에 내재한 음란성’도 지적했다.
<감각의 제국>의 전달 양식의 핵심은 ‘시선과 시야의 폭로’에 있다.
시선이란 도구는 진실성 그러니까 객관적 시야에서 물러난다. 시선은 장면 전환을 통해 분할되고,
보는 자는 영화의 시점인 단순한 관객의 위치를 상실한다.
따라서 질문은 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게 무엇인가에 있다.
이는 바로 지가 베르토프를 사로잡은 질문으로,
그는 사회적 개인인 주체의 눈을 그를 둘러싼 현실에 대해 작동하는(변화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카메라의 눈과 인간의 눈을 불응시켰다.

그러나 이는 또한 스탠 브랙헤이지의 <자기 눈으로 보기>(1973) 같은 작품의 처음 5~10분에 결정적으로,
적어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문제 의식이기도 하다.
타자의 ‘봄’에 의해 끊임없이 교란되는 시선 혹은 시시각각 침투하는 다른 시선.
보여질 수 없는 것을 보여줌과 보여줌(시점이 있는 시선의 부재, 감각의 창출과 분리된 카메라)을 통해 보여주는 것,
주체의 통일된 시야의 연속성을 제거하는 것.
따라서 베르토프가 예견하고 혐오한 ‘연극적 영화’의 시대 후에 스탠 브랙헤이지 영화가
오시마 영화처럼 죽음과 연루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내재한 음란성’은 바로 성과 죽음의 근본적 연계에 있다(그 중 성은 <자기 눈으로 보기>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절단난 남성의 몸). 고전 영화에도 이런 연계는 간혹 드러나지만 그것은 시선이라는 영화적 도구와
내러티브가 억누르려 하는, 또는 이미지(바로, 여성의 이미지) 안에 가두려 하는 폭력과 분산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녀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우리가) 바라봄’인 것이다.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에서 조명을 받은 리사/조안 폰테인에게 향하는 시선을 보라(영화는 그것을 위한 무대다).

그런 시선의 대상이 바로 내러티브 영화의 숨은, 정지된 시나리오의 중추이자 목적이다.
도구가 토대를 안정시키는 가운데, 내러티브는 은밀한 거세 과정을 거치며 전개된다.
차이와 상징과 대상의 상실의 전개다. 이는 확립정된 기억, 난공불락의 가상(환상), 그에 따른 대상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내러티브 영화는, 페티시즘이 그러하듯, ‘기억의 스펙터클’의 구조다.
영원한 ‘과거의 어느 날’ 이야기, 안전한 픽션으로 끝없이 다시 쓰이는 기억.

▶무한 반복하는 욕망의 귀결점으로서의 타나토스
내러티브가 이렇게 ‘견딜 만한(수용 가능한)’ 버전의 반복의 체계가 되는 것은 바로 고전 영화의 경제학이다.
모든 텍스트의 일관성은 새로운 정보의 지속적 안정화에 달려 있다.
고전 영화의 한 가지 특징은 내러티브를 유착, 하나의 전체로서의 경제적 긴밀함을 달성하는 데 이용한다는 데 있다.
영화는 모든 요소가 발견되고, 자리 이동하고, 대칭적으로 변환되는 일련의 운율에 따라 조직된다.
그 가장 단순명료한 예는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의 카페 장면(스테판이 리사와 선약된 랑데뷰를 취소하러 들어오는,
그리고 리사가 스테판을 찾으러 혼자 들어오는),
열차 발차 장면(리사가 하룻밤 연인인 스테판에게 ‘2주간’의 작별 인사를 하는,
그리고 리사가 그날 밤 생긴 아들 스테판에게 ‘2주간’의 작별 인사를 하는),
계단에서 잡은 장면(스테판이 많은 여자 친구 중 첫번째 여자를, 그 다음 리사를 데려오는),
그리고 끈으로 봉하듯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마차 씬 등이다.

<감각의 제국>에도 이런 식의 내러티브 운용이 없지 않다.
여러 요소들이 내러티브 전개를 위해, 전체 영화의 일부로 조직되기(또는 동원되기) 위해 배치, 패턴화되고
(기치와 사다가 처음 만날 때 등장하는 나이프),
씬과 씬의 변주(늙은 게이샤와의 씬은 먼저 나온 정원을 쓰는 하녀,
사다와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처음의 노인을 연상시키고 호응한다)
사이에는 운율도 형성된다. 그러나 여기서 운율은 모호하며,
그 예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처럼 입증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하지 않다.
오히려 여기서 문제는 여러 요소를 일련의 연쇄로 있게 한 운율의 분산이다.
노인의 발기하지 않는 페니스에서부터 ‘심각한’ 참의원의 페니스 옆에 누운 사다의 얼굴로,
술집 주인으로(‘몇 년 동안 요강 구실밖에 한 게 없지’),
다시 검은 셔츠 차림의 참의원으로, 나이 든 게이샤로, 젊은 게이샤의 성기에 삽입된 새 모양 성구에서
새 같은 춤을 추는 노인으로, 기치의 페니스에 입을 맞추는 사다로 이어지는 죽음의 그림자는
영화의 표면을 장식할 뿐 통제의 다른 말인 구조의 어떤 ‘형태’도, ‘내용’도 뚜렷이 전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감각의 제국>의 운율과 반복은 갑작스럽거나 거친 형태를 띤다.
갑작스런 형태는 일련의 씬이 서로를 반복,
변주하지만 거기서 통일된 연상 기제나 일관된 기억이 창출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즉 회상, 진행, 해결이란 내러티브 패턴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따라서 설명적 전개가 없다. 예고 없이 손이 나타나 계단 위의 발을 움켜잡고,
저쪽 강둑에서 갑자기 마차가 지나가더니 새 씬이 시작되고 하는 식이다).
거친 형태는 목을 조르는 씬에 잘 드러난다.

사다는 기치의 목을 세 번에 걸쳐, 자세하게, 조른다.
거칠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세 번의 반복이 모두, 정확하게 똑같기 때문이다.
거기엔 앞에 나오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오직 죽음만 전달한다.
기치의 죽음, 주체의 쇠퇴, 텍스트와 주어진 시야,
그리고 의미를 위한 연출의 결과 수립되는 주체의 쇠퇴만을(따라서 지루한 느낌을 준다.
관점과 의미를 전달하도록 조직된 내러티브의 실종이므로).

반복은 힘겨운 욕망의 순간을 제거하기 위해 같은 것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복의 끝은 죽음이다. 프로이드는 충동의 핵심을 반복이라 규정했고, 죽음의 충동은 쾌락 원리를 넘어서는 근본적 동기라 보았다.
「정신분석학에 있어서의 언어의 기능 Fonction et champ de la parole et du langage en psychanalyse」에서 라깡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욕망은 무한하다. 그것은 반복되며, 역사적으로 규정되는 주체의 ‘절대적인 잠재적 가능성’으로서 죽음이란 한계만이 있을 뿐이다.
즉 ‘죽음의 충동’은 주체의 역사적 기능의 한계를 핵심적으로 표현해 준다.”
<감각의 제국>은 그 주체의 한계에 접근하며, 그로써 기능이 실종된 반복을 통해 주체라는 위치 속에서 망각된 절대 과거가 산출된다.
그러나 이는 오직 역사적으로, 영화의 관례 역시 그 움직일 수 없는 일부인 역사의 전개 속에서만 가능하다.

...▶역사와 과거, 기억과 흔적으로서의 개인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고전 영화는 반복의 균형으로 구성된다.
같음의 변주, 그 약간씩 다름의 전개 속에서 반복 제시되는 동일 성격의 이미지를 달성하는 것
(예를 들어 ‘항상성’으로서의 여인, 끊임없이 재확립되는 통일성)이다.
영화를 내러티브로 조직하는 것은 이 균형의 작용이자 운율과 강도의 차이,
사건의 발생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반복의 최종적 결말로서의 일련의 유기성(진행과 회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체계인 내러티브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것으로, ‘소설적 특징’을 영화에 적용시킨 것이다.
영화의 모든 관례는 오로지 이 소설성의 재생산을 위해 발전, 이용돼 왔다.
소설성은 소설의 후계자인 영화에 대해 내러티브의 구체화를 요구한다.
그것이 제시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의미를 기존의 사회틀, 혹은 사회 관계 속에서 해석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즉 개인이라는 픽션의 유지하고 보조하는 것이다.
거기에 부수되는 현실은 개인(주체)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억함으로써만 해소되는 정체성 위기다.
정체성의 표현을 그 주제로 삼는 소설성에 의거하여
영화적 내러티브는 개인을 주체로 기억을 통해 안전하게 타협하여 변형된 과거라는 일관성을 지향한다.
그것은 영화에 의한(연출, 쇼트의 운율, 항상적 이미지,
관객을 위한 관점의 통제, 관점의 담당자로서 주체라는 지배 요소),
영화 속의(회상이라는 테마 속에 은밀하게, 파편화되어 드러나는 성의 역사) 과거이다.

주체의 이런 역사적 한계에 바짝 다가서는 <감각의 제국>은 그러므로 소설성의 안과 밖, 즉 관례의 틀 안과 밖에 있다.
이런 미묘한 위치가 바로 이 글이 규명하고자 한 것이다.
기치와 사다는 퇴물 게이샤 집과 동성연애자 거리가 있는 도쿄 아카사카 지구의 과거다.
<감각의 제국>은 반복을 통해 전복되는 현존하는 과거를 구현하려 하며, 그 목표는 전적으로 성이다.
오시마의 표현대로 ‘스스로 쾌락을 찾을 줄 아는’ 연인들의 폐쇄된 실내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전적으로’ 역사적이며(주체와 영화를 포함한 제도
일반의 역사적 한계, 구속이란 점에서) 동시에 정치적인(기능과 주체,
제도가 가장 마지막으로 결정되는 사회 관계라는 점에서) 의미다.
따라서 <감각의 제국>이 제기하는 문제는 성과 정치, 영화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다.
정치는 실내에 침입한 ‘외부’, ‘다른 곳’으로서 고집스럽게 자리한다.
일장기(전쟁 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를 든 아이들,
소년의 날을 기념하는 연이 뒤로 날아오르는 가운데 사다와 떠나기를 거부하는 검은 셔츠의 참의원,
역시 일장기를 든 아이들이 구경하는 가운데 거리를 행진해가는 군인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제국주의 일본의 무장 과정에서 벌어진
2월 소요와 같은 해였음을 알려주는 마지막의 내레이션(1936년의 일이었다).
구두점과 같은 형태로 삽입된 이들 ‘정치’는 메아리치고 암시한다.
그러나 ‘외부’로서 마지막의 내레이션은 여전히 갑작스런 느낌을 준다.
영화와 상관 없는 먼 얘기가 튀어나온 것 같은, 마치 성과 정치 관계를,
나아가 그 불가능함, 생각할 수 없음을, 어떻게든 표시해야 된다는 의무감에 던져넣은 말처럼 말이다

▶익숙한 제국으로부터 온 낯선 편지
그러므로 <감각의 제국>은 기치와 사다에 ‘관한’ 이야기도, 1936년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영화 속에서 성과 정치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영화 고유의 문제와 씨름하는 영화다.
따라서 마지막의 내레이션은 역사적 과거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역사적 현재를 예시하는 것이다.
성과 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주체 자체에 내포된 역사라는 문제.
따라서 이 예시는 마르크스가 말한 ‘구문의 한계를 넘어서는 관념’,
기존의 형식/내용 틀을 깰 수밖에 없는 전혀 새로운 개념에 가까워진다.
영화는 단지 연구(정신분석을 포함한)의 대상이 아니고, 정치는 드러난 사건의 총합이 아니다.

또한 둘 다 흔히 성으로 대체된다.
이것이 바로 오시마 영화의 복잡한 현재이자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난해한 씬들(중년의 게이샤 강간, 달걀)을 놓고 논박을 벌이거나 영화가 사다를 묘사한 방식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따지는 것은 여기서 논쟁의 초점만 흐리게 될 것이다.
왜냐면 이 논쟁의 대상은 이런 저런 표현 양식이 아니라 영화의 표현 양식에 담긴 ‘사실(fact)’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주장의 술어를 낳는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감각의 제국>은 <낯선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와 그냥 다른 게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이토와 리셉션, 암살, 실패로 돌아간 반란. <너티 마리에타>는 물론 이 모든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그저 일화일 뿐이다.
그런데 굳이 인용한 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과거이면서
동시에 현존하는 어떤 것을 생각하기 위해 과거(역사적 사건이란 의미에서)를 다룬 <감각의 제국>을 위해서다.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멀리 있고, ‘우리’(나의 스펙터클)와 극히 밀접하다는 의미에서
함께 있는 영화이다. <너티 마리에타>, 사이토, <감각의 제국>,
오늘의 일본(오시마에게 있어 신 군국주의의 대두로 설명되는)…
오시마의 요체는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며 영화와 관객의 중간 쯤에 서 있다